귀하의 시녀를 훔친 자입니다
《저는 바로 귀하의 시녀를 훔친 자입니다》
한(漢) 효경황제孝景皇帝 때에 제후국이 되는 오(吳)·초(楚)가 반란을 일으키자 원앙(袁盎)이 태상(太常)의 신분으로 오나라를 가게 되었다. 오왕(吳王)이 그를 오히려 자신의 장군으로 삼으려 하였으나, 거부하자 죽여 없애려고 한 도위(都尉)를 시켜 군사 5백 명을 풀어 그를 포위하도록 했다.
그런데 일찍이 원앙이 오나라 재상을 지냈을 때, 자신이 부하인 종사(從史) 하나가 원앙의 시녀와 사통을 하고 있었다. 원앙은 이를 알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전과 같이 대해 주었다. 그런데 어떤 이가 이를 원앙이 알고 있다고 그 종사에게 알려 주자, 종사는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쳐 버렸다. 원앙은 이를 뒤쫓아 가서 드디어 자신의 시녀를 그에게 주고, 종사 직위를 복직시켰던 일이 있었다.
다시 원앙이 오나라에서 포위되었을 때, 그 종사는 바로 이 원앙을 포위하고 있던 병사들의 교사마(敎司馬= 군사업무를 맡은 낮은 직급)가 되어 있었다. 그가 밤에 원앙에게 다가와 도피시키고자 하였다.
“귀하는 도망치셔야 합니다. 오왕이 내일 아침 그대를 잡아 목을 베려 합니다.”
그러나 원망은 믿지 않았다.
“그대는 누구요?”
이 물음에 그는 “저는 바로 귀하의 종사 벼슬을 할 때에 시녀를 훔친 자입니다”라고 하였다.
원앙은 이에 공경의 빛을 보이며 “그대가 직접 오다니. 나는 그대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소!”라며 거절하였다.
그러자 그 사마는 “귀하는 피하십시오. 저도 장차 귀하를 따라 피할 것입니다. 제가 그대를 어버이처럼 여기는데 무슨 걱정이십니까?”하고 칼로 장막을 찢어 버리고, 자신의 부하에게 길을 열라고 하며 모두 떠나도록 명하였다.
이리하여 원앙은 돌아와 임금에게 보고할 수 있었다.
■■孝景時,吳楚反,袁盎以太常使吳,吳王欲使將不肯,欲殺之,使一都尉以五百人圍守盎;盎爲吳相時,從史與盎侍兒私通,盎知之不泄,遇之如故人,有告從史,從史懼亡歸,盎自追,遂以侍兒賄之,復爲從史。及盎使吳見圍守,從史適爲守盎校司馬,夜引盎起曰:君可以去矣, 吳王期旦日斬君。 盎不信,曰: 公何爲者也?
司馬曰: 臣故爲君從史盜侍兒者也。盎乃敬對 曰:公見親,吾不足以累公。司馬曰: 君去,臣亦且亡避, 吾親,何患!乃以刀決帳,率徒 卒道出,令皆去, 盎遂歸報。
[설원 說苑] 券六 復恩[부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