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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의 흔적 Stratford upon av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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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ford upon avon

이 도시는 스쳐 지나갈 뻔한 도시였다.


파리행 비행기표에 맞춰 런던 입성을 향해 빠르게 남하하고 있을 무렵,
우리의 앞을 가로 막고 있는 대표적 도시들로는
그 이름도 찬란한 맨체스터, 버밍험, 노팅험, 코벤트리, 레스터, 옥스포트, 캠브리지 등이었다.

남겨진 2박 3일을 어느 곳에 할애해야 할 지 대책이 서지 않았다.

무작정 런던 이정표를 향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뿐 어디를 중간 기착지로 할 지 결정을 못한 채

경황없이 대략 코벤트리를 향해 가고 있는 듯했다. 

그때 도로변에 등장한 세익스피어 마을 팻말... 
  "세익스피어의 생가가 여기 있는 모양인데..."
  "허걱, 세익스피어 생가라고...?"

당연히 문학중년 깨비, 엑셀을 밟고 있던 오른 발에 힘을 빼는 듯했다. 

  "어떡하지?"
  "글쎄다... 5km 전방인데... 어떡할래?"
  "휴가 피크라 그런 덴 숙소 구하기가... 정말 힘들텐데..."

  "3km... 2km... 그럼 어디로 가지... 1km..."

  "에잇... 몰라. 가 보자구..."

스트라트포드의 권역에 들어설 무렵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게다가 여름 휴가 절정기라 숙소 잡기가 관건이었다.

중심가 보다는 외곽이 숙소 사정이 나을 것이라 생각하여

동네 어귀부터 팻말이 보이는 B&B에 모조리 들르다 보니 운좋게 한 곳이 걸렸다.
정원이 넓고 테이블과 벤치가 있어 주인 할머니께 허락을 구한 후 버너를 꺼내 애지중지하던 라면을 끓였다.

런던에 들어가면 라면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아낌없이...

더 이상 느끼함을 견딜 수 없는 울렁증 3기 증세가 도래하면 응급처치를 해주기 위해 갖고 있던

완전소중 애장품 3종 세트,

신나면, 너구라, 어징오찜뽕 (이상 가명)을...

그것도 한꺼번에...

이게 꿈이야 생시야...

아아아... 한 여름에도 해만 지면 한기가 느껴지는 영국 저녁 날씨에 담요를 감고 

불꺼진 잔디밭에서 끓여먹은 3종 세트 라면의 맛이란...

국물이... 국물이... 끝내줬다.

비록 이튿날 세익스피어의 흔적을 더듬으려 세익스피어 하우스 5종 투어를 빠짐없이 다녔건만 

나에게 세익스피어 마을에 대한 기억은 3종 세트 라면의 얼큰한 국물 맛이 모든 것을 압도해버렸다.

무슨 오가 작통법 이야기는 아닐 것이고.
우리 정서상 삼족을 죽이거나 구족을 멸하는 봉건적 형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오족'이라는 표현은 들어본 적이 없다.
어찌 세익스피어의 집이 다섯가지 버전으로 존재한다는 말인가...

세익스피어 오가의 실상은 이러했다.
생가, 처가, 외가는 기본이다. 다행이 근처에 모여 있었다.
거기에 그가 사랑했던 딸의 집(사위가 외과의사였기 때문에 그 집은 병원이었다)과

세익스피어가 만년 은퇴할 무렵 머물렀던 집을 합해서 오가가 세트가 된 것이었다.

그래도 오가를 모두 도는 것은 무리였지만, 티켓을 엮어서 파는 데다가 어디는 가고 어디는 뺄 것인가,

그 판단이 어려운 관계로 모두 돌았다.
그러다보니 주마간산이 따로 없었다.

생가에는 크게 남아 있는 것이 없었고, 처가에는 다행히 한국어 설명자료가 있었고,
만년을 지낸 종가에는 세익스피어전집의 국가별 다양한 판본이 전시되어 있었다.

물론 다행히 한국어판도 전시되어 있다. 정음사에서 나온, 여석기 씨가 편집자로 되어 있는 전집이다.
사연은 알 수 없었다...

세익스피어 오가의 보존상태를 보면 어인 일인지, 처가와 외가 쪽이 좋았다.
아마도 당시에 두 집에 잘 살았던 모양이다.
집을 지키는 재단 사람들과 민속촌 근무자 같은 사람들의 진지함도 돋보였다.

물론 생가에는 영어권의 유력한 작가들 헤밍웨이, 토마스 하디, 애드가 알란 포우 등의 낙서가 남아 있었다...

이 도시의 분위기가 왠지 낯익다 했더니 스트라트포드는 그 전에 우리를 감동시켰던 Cotswolds근처,

아니 코츠월즈의 핵심지역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이전에 코츠월즈에 갔을 때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다.

그 때 기억을 더듬으며 인근 시골로 가서 하루를 더 머물기로 했다.

2009/06/16 11:43 2009/06/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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